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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과 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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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과 부안
  • 신명수 편집국장
  • 승인 2020.07.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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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주민투표 관리위원장으로 부안과 각별한 인연
인권변호사에서 유력 대권 후보까지 파격 행보 눈길
4년 동안 성추행 당한 여성의 절규에 관심 가질 때
선거 당시 공개 지지한 부안군민회의도 입장 밝혀야
신명수 편집국장
신명수 편집국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부안의 인연은 깊다.

그는 부안주민운동(방폐장 사태)이 일어난 2004년 2.14 주민투표에서 주민투표 관리위원장을 맡았고 2011년에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자격으로 부안을 찾아 ‘커뮤니티 비즈니스(마을공동체 사업)’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필자가 한때 몸담았던 부안독립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로컬푸드로 유명한 완주군보다 자산이 풍부한 부안의 모델이 더욱 희망적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구체적 방법론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사법고시 합격 후 검사로 임용됐지만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변호사로 행보를 바꾼 것도 그의 인간적 됨됨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운동가였던 그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 이례적(여기에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의 역할이 컸지만)이라는 평가와 당연한 수순이라는 여론이 함께 일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인 부안군민회의에서도 박 전 시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선거운동에 나섰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이후 세 차례 서울시장을 거치면서 시민을 위한 시정을 훌륭히 해냈다는 데에 이론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인권변호사에서 소셜 디자이너,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서울시장 3선을 잇는 그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고 바람직한 변신이라는 평가가 늘 뒤따랐다.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시민을 먼저 챙기는 그의 따뜻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랬기에 박원순 전 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모든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아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 있지만 여비서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설마 박원순이...’라는 의구심과 허탈감이 교차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역사에서 정치인의 추락은 늘 반복되곤 한다.

뇌물 수수 등 실정법을 위반해 몸을 던지는 이도 있지만 자신이 외친 철학과 가치에 행보가 어긋날 때 그들은 개인적 아노미(정체성 부재로 인한 혼돈)를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의 길을 선택한다.

더구나 정치인이 갖는 무게감이 크면 클수록 심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은 이 시대에 정치적 의제와 페미니즘적 의제를 함께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의제들은 더 큰 사회적 의미를 확대 재생산한다.

정치인의 덕목과 사회운동가의 철학,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 윤리가 혼재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에게 악재니 뭐니 하는 분석은 이번 사건이 갖는 중요성을 무력화하는 왜곡된 시각일 수 있다.

여성단체들은 박원순이란 이름을 빼면 누구에게나 너무 명확한,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라고 주장한다.

거기에 박원순이란 이름이 더해지면서 기왕 벌어진 성추행 이상의 배신감과 절망감, 혼란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력 정치인의 죽음이 던지는 파장 속에서 우리는 4년 동안 성추행을 당한 한 여성의 절규에 자칫 귀를 닫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시장의 죽음과 부안의 관련성도 이젠 새롭게 되돌아봐야 할 때다.

첫 서울시장에 당선될 때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부안군민회의도 사건의 명확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군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은 세계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2.14 주민투표와 마을공동체 모델을 제시하며 부안군민의 자치역량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이룬 공과를 뛰어넘어 이제는 우리 모두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만이 망자가 된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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