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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판타지 소설의 신세계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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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판타지 소설의 신세계를 열다
  • 신명수 기자
  • 승인 2021.11.12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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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와 삼국지 혼합한 군상극 느낌
구전설화와 신화, 사투리 등 우리 것 가득
치열한 공모 경쟁 뚫고 네이버에 연재 중
선과 악, 학교폭력 비정규직 문제도 다뤄
통속적 영웅 불패, 지구 구원과는 판이
송반달 시인 조카로 부안과도 깊은 인연
약 1년 후면 완성… 영상물이 최종 목표
‘오징어 게임’ ‘킹덤’ 못지않은 흥행 예감

■ ‘도깨비가, 간다’ 작가 박민규 씨
 

박민규 작가는 '도깨비가, 간다'의 전체적인 조율을 맡고 있다. 어릴적부터 책과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한때 국악에 심취한 후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연극과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도깨비가, 간다'는 그가 만든 시놉시스를 기초로 탄생했다. 박씨는 부안과의 인연도 깊다. 어머니의 고향이 부안이고 특히 '야야 바람이 분다'로 널리 알려진 송반달 시인의 조카이기도 하다. 사진은 박민규 작가의 모습.
박민규 작가는 '도깨비가, 간다'의 전체적인 조율을 맡고 있다. 어릴적부터 책과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한때 국악에 심취한 후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연극과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도깨비가, 간다'는 그가 만든 시놉시스를 기초로 탄생했다. 박씨는 부안과의 인연도 깊다. 어머니의 고향이 부안이고 특히 '야야 바람이 분다'로 널리 알려진 송반달 시인의 조카이기도 하다. 사진은 박민규 작가의 모습.

● 어릴 적 동화의 추억

도깨비 이야기는 친숙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동화처럼 다가오던 추억 때문일지 모른다. 도깨비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상상 속 존재다. 방망이와 함께 요술과 권선징악의 상징으로도 표상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지만 픽션의 세계에선 분명하게 움직이며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친다.

● 역사적 사실에 창의적 캐릭터 삽입

박민규 작가의 ‘도깨비가, 간다’는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다. 금도끼 은도끼 같은 구전설화와 신화, 전래동화, 사투리 등 우리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역사적 사실에 창의적 캐릭터를 삽입해 에피소드이면서 흐름의 일관성을 갖추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4명이나 주연급 조연이 상당수 등장한다. 어떤 작중 인물도 허무하게 소비함 없이 연결고리를 통해 새롭게 역할을 드러내려는 작가 의지가 반영됐다. 천일야화와 삼국지 성격을 함께 갖춘 군상극(群像劇)이랄까. ‘현대판 전래극’이란 표현도 적절해 보인다.

 

네이버의 치열한 공모경쟁을 뚫고 당선된 '도깨비가, 간다'는 연재 170회를 훌쩍 넘겼다. 각종 민담과 설화, 신화, 사투리 등 우리 것으로 가득한 판타지 소설이지만 현대적 사건을 반영하며 학교폭력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 이슈도 깊게 다룬다. 무엇보다 앞 내용과 뒷 내용의 촘촘한 연결구조로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한국형 판타지 소설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은 작품의 이미지로 venit은 라틴어로 '나타나다'의 뜻이다. 한편으론 이익(profit)이라는 뜻도 있다.
네이버의 치열한 공모경쟁을 뚫고 당선된 '도깨비가, 간다'는 연재 170회를 훌쩍 넘겼다. 각종 민담과 설화, 신화, 사투리 등 우리 것으로 가득한 판타지 소설이지만 현대적 사건을 반영하며 학교폭력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 이슈도 깊게 다룬다. 무엇보다 앞 내용과 뒷 내용의 촘촘한 연결구조로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한국형 판타지 소설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은 작품의 이미지로 venit은 라틴어로 '나타나다'의 뜻이다. 한편으론 이익(profit)이라는 뜻도 있다.

● 네이버 연재 170회 넘겨

‘도깨비가, 간다’는 네이버 시리즈 170회를 넘겼다. 2020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모전에 당선된 후 독특한 구성과 내용이 회를 거듭하며 주목받고 있다. 작품의 최초 프롤로그는 2007년 숭례문 화재에서 출발한다. 실제 발생한 사건을 반영하되 다시 가공하는 허구의 끈을 철저하게 이어 간다. 글의 앞부분과 전개되는 내용이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얽혀있다. 복선과 함정이라는 장치가 마치 보물찾기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연관성을 찾아 나서는 것이 소설이 주는 매력이다. 기존 판에 박힌 판타지 소설과 달리 서술방식과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리며 캐릭터마다 떨어져 있는 것을 한 흐름 속에 담아낸다.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더하면서 높은 이해를 요구하는 이유다.

 

'도깨비가, 간다'는 3명의 작가가 한팀을 이뤄 만들어 간다. 나이가 가장 어리지만 창의적 순발력이 돋보이는 허선철(사진)씨는 박민규 작가가 만들어 놓은 뼈대에 색을 입히고 조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도깨비가, 간다'는 3명의 작가가 한팀을 이뤄 만들어 간다. 나이가 가장 어리지만 순발력이 돋보이는 허선철(사진)씨는 박민규 작가가 만들어 놓은 뼈대에 색을 입히고 조각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 의외의 반전 가득… 독자 스스로 해결책 찾아야

‘도깨비가, 간다’는 선과 악의 문제, 학교폭력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이슈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내용과 결말은 사뭇 의외다. 주인공이 악당에게 맞으면서 고춧가루를 뿌리고 악당은 다른 전략으로 다시 맞서는 식이다. 주인공과 악당이 싸우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대리만족을 던져주며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한다. 통속적인 영웅 불패, 지구 구원 스토리와 판이하다. 황당하면서 현실적이고 선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재미와 가치를 더한다. 170회를 훌쩍 넘겼지만 작품 분량은 아직도 기승전결의 ‘기’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앞으로 변화무쌍하게 펼쳐질 한국형 판타지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 시놉시스가 기초… 세 사람이 일궈낸 창작물

이 작품은 시놉시스(Synopsis. 영화나 드라마에서 제작에 앞서 작품의 의도와 줄거리를 서술하는 글)를 기초로 출발해 판타지 소설로 발전했다. 박민규 작가는 “쓰는 것 자체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목표”라고 말한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처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게 최종 단계란 뜻이다. ‘도깨비가, 간다’는 박씨와 김세종, 허선철 세 작가의 창조물이다. 김씨가 먼저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박씨가 글의 뼈대를 만들고 허씨는 색을 입힌다. 같은 뼈대에 칠을 상황에 따라 달리하는 역할이다. 전체조율은 박씨 몫이다. 함께 해 온 세월이 깊기에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마음을 쉽게 헤아린다. 메인과 서브의 역할 분담이 아닌, 각자 개성을 존중하며 살려내는 수평적 협업이어서 탄탄한 구성과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기승전결의 과정을 마무리하기까지 1년 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텍스트에서 영상미학을 갖춘 드라마로 변화되었을 때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감을 높인다. 사진은 본지와 인터뷰 중 박씨(사진 오른쪽)와 허씨가 대화하며 작품 줄거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이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기승전결의 과정을 마무리하기까지 1년 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텍스트에서 영상미학을 갖춘 드라마로 변화되었을 때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감을 높인다. 사진은 본지와 인터뷰 중 박씨(사진 오른쪽)와 허씨가 대화하며 작품 줄거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 문학과 국악, 연극 영화, 그리고 부안

박민규 작가는 어린시절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국악에도 재능을 보여 천문성과 천예성을 함께 갖추었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특히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한 뒤 연극과 영화에 몰두했다. 현장을 찾고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중 예술의 흐름을 알고 전문성을 갖추는 좋은 계기였다. 박 작가는 부안과 인연이 깊다. 어머니의 고향이 부안군 상서면이고 ‘야야 바람이 분다’로 잘 알려진 송반달 시인의 조카이기도 하다. ‘도깨비가, 간다’는 갈 길이 멀다. 지금의 속도라면 앞으로 1년 후 ‘기승전결’의 ‘전’을 마주할 듯하다. 그리고 퇴고의 시간을 지나 텍스트의 함축미학인 영상으로 새롭게 탈바꿈될 때 우리는 과거의 '오징어 게임'과 '킹덤'이 아닌, 현재의 ‘도깨비가, 간다’를 안방과 영화관에서 반갑게 만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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